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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한 달 살기 - 3월 20일

날씨가 흐리다. 여기서 흐린 날씨를 맞이하면 억울한 기분이 든다. 한 달의 시간이 있다고 해도 그중 어떤 하루가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우기도 피해서 왔기 때문에 대체로 날씨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착한 이후로 이곳은 흐린 날도 꽤 있었다. 쨍하고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뜨거운 햇살을 직접 받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아침은 숙소에서 간단히 때우고 12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으러 안토이로 갔다. 역시나 한국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들이 많은 지역은 한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한강 근처의 맛집, 유명 카페, 쇼핑 지역이다. 역시 한국인들은 좋은 곳을 기가 막히게 안다. 맛집, 좋은 숙소, 싸고 질 좋은 상품. 인터넷 강국답게 정보도 빠르게 얻고 잘 이용하는 것 같다. 한시장에 가서 쇼핑을 하면 유독 많이 붐비는 가게들이 있다. 검색해 보면 블로그, 카페 등에 정리되어 있는 추천 상점이다. 그만큼 좋은 것에는 손해 보지 않는 민족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천편일률적인 모습들이 여행의 다양한 경험과 참 맛을 잃게 하는 것 같다. 나보다 먼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전처를 밟으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빼앗아 간다. 물론 이것도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한 달을 이곳에서 지내면서 천천히 베트남을 느끼면서 살다 보니 그런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했던 다른 여행들도 그랬었는지 옛날 기억을 곱씹어보게 된다.

안토이에는 사람들이 몰시는 시간을 가까스로 피했다. 덕분에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 곧 사람들이 몰려와서 건물 앞 대기 장소에 가득 찼다. 안토이에서 분짜와 반세오를 시켰다. 아내는 이 두 가지 음식이 마음에 든 것 같다. 음식이 나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랐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재료들을 눈치껏 싸서 먹었다. 그리고 오늘이 두 번째.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처음 왔을 때는 없었던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안내해 주는 안내서가 내 자신감을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바꿔준 것도 한몫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베트남에서 맞는 첫 비였다. 오늘도 예보가 틀려서 날씨가 맑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기상청이 맞췄다. 그 말은 곧 영흥사로 가기로 했던 우리 계획이 취소된다는 의미이다. 흩뿌리는 비를 맞으면서 다리를 건너 빈컴플라자로 들어갔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간단히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윈마트로 들어서자 과일코너에서 두리안 냄새가 유혹을 한다. 하지만 제철이 아닌 두리안을 비싼 돈을 주고 사 먹기는 부담이 된다. 바게트, 새우볼, 버터, 과자, 쌀까지 샀다. 햇반이 구하기 힘들면 아예 밥을 해서 막겠다는 생각이다. 이게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고 추억이 될 것이다. 과일들 담을 용기가 필요해서 두 개를 더 샀다. 이전에 샀던 락앤락의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용기가 더 필요한 김에 같은 코너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 똑같은 락앤락 통에 붙여진 가격이 우리가 알고 있던 가격과 달랐다. 분명 얼마 전에는 그곳에 있는 상품들이 4만 동도 안 하는 "집으면 2천 원"하는 떨이 상품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상품 하나하나에 정확한 가격이 견출지에 적혀서 정성스럽게 붙어 있었다. 13만 동. 그렇게 생각해도 저렴한 편이지만 애초에 4만 동도 안 했던 상품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사기당한 느낌이다. 그때는 확인 차 지나가는 직원한테 물어보고 확인도 받았는데 그때만 잠시 할인을 한 건지 잘 못 알려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영수증도 버렸기 때문에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장을 보고 나니 비가 그쳤다. 우리는 다시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안토이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마트에 들르긴 했지만 30분 걷는다고 피곤할 정도의 체력은 아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둘 다 조금 지쳐있었다. 아직 어제 바나힐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한 시간의 휴식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라떼를 한 잔 만들어서 마시고 저녁을 먹으러 껌땀 가게로 갔다. 나는 저번과 다른 반찬을 선택했다. 돼지갈비와 소시지가 밥 위에 올려져 나왔다. 껌땀은 베트남 여행에서 감사한 메뉴가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큰 장점이다. 오늘은 저번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내가 시킨 반찬이 좀 더 싼 것들이었나보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내일 다시 열심히 여행을 할 준비를 했다. 여행에서도 이렇게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