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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다낭 한 달 살기

다낭 한 달 살기 - 3월 21일

오늘의 목적지는 링엄사. 베트남도 불교국가라서 그런지 절이 많다. 택시를 타도 대부분 대시보드 가운데 불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불상이 꼭 놓여 있다. 불교 다음이 아마도 가톨릭인 것 같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편안하고 싸다고 느꼈지만 대부분의 이동을 택시로 하다 보니 그 비용도 모여서 어느덧 5만 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택시가 도착하고 인사를 건넸다.

- 신짜오.
- 안녕하세요!

응? 순간 택시기사님이 어떤 이유로 한국말로 인사를 한 건지 궁금했다. 베트남에서 택시를 타면 보통 베트남어로 인사를 하거나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인지하면 바로 헬로 정도로 인사해주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국인이 많이 찾아온다는 경기도 다낭시인 이곳에서도 택시기사들 중에서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 한국말 잘하시네요.
- 한국말 배웠어요.

그는 한국어를 2년 동안 학원에서 정식으로 배웠다고 했다. 지금은 유튜브나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목표는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나도 여기 머물러 있으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사람들은 몸값이 배로 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 더 취업도 잘 되고 몸 값도 높일 수 있듯이 이곳의 사람들도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베트남은 필리핀보다는 평균적으로 영어에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영어의 빈자리를 한국어가 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국인으로서 내심 뿌듯하다.

한국어를 잘하니 링엄사까지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낭에 대한 여러 정보도 듣게 되었다. 그는 가이드 일도 하고 있으며 틈틈이 그랩 택시 일도 하고 있다고 했다. 링엄사에 도착을 했을 때쯤 그는 우리에게 돌아가는 길에도 태워준다고 했다. 다낭 중심지에서 조금 멀리 있어서 그랩이 안 잡히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실제로 그랩이 잘 안 잡혀서 30분 정도 걸어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는 글도 본 적이 있어서 이 상황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주차장을 보니 이미 택시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택시들은 분명 그랩보다는 비싼 값을 부를 것이다. 더군다나 쿠폰까지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체감상 더 비싸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는 쿠폰까지 적용한 가격에 다시 다낭 중심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 든든한 기사가 생겼다.

마음도 편하게 링엄사 입구로 향했다. 이곳은 입장료가 없었다. 조금 걸어가니 바다 풍경이 보였다. 사실 이곳의 해수관음상이 높이가 얼마고 앞마당에 있는 석상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하는 것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 다만 이곳의 멋진 풍경이 보고 싶어서 조금 먼 길을 나선 것이다. 곡선이 아름다운 바닷가의 모래사장을 바라보면서 연신 셔터를 눌렀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천천히 링엄사를 둘러보았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관광을 하기에 바빴다.

링엄사를 나와서 택시기사님을 불렀다. 우리가 놓친 곳까지 가보라면서 알려주었고 반대편에 있는 곳도 잠시 둘러보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다낭플레이라운지로 갔다. 내일은 1박 2일 일정으로 호이안으로 갈 것이다. 거기서 돌아오는 셔틀을 탈 수 있는 티켓을 받으려고 라운지에 들렀다. 물론 이것은 그동안 아내가 열심히 카페활동을 한 덕분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라운지에는 바나힐에 가기 위해 들른 적이 있었다. 오늘도 역시 한국어를 또박또박 잘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티켓을 받은 후에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찾아보니 타이 음식점이 있었다. 그간 베트남 음식만 먹어서 조금 색다른 걸 먹어보고 싶었다. 타이 음식이면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음식의 출신이 베트남에서 태국으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새로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도착해서 주문한 음식은 결국 파인애플 볶음밥과 볶음면이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면 된 거다. 음식점 내부는 조금 더웠다. 왜 에어컨을 틀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음식점을 선택한 혜택을 다 못 누리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음식이 나오고 한참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LPG가스통을 실은 트럭이 길가에 차를 멈췄다. 직원들은 가스통을 차에서 내려 음식점 내부로 옮겼다.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우리 집에서도 여전히 LPG가스통을 쓰고 있으니까 도시가스가 잘 되어 있는 시대에 살아도 이 장면들이 생소하지는 않다. 다만 외국에서 그런 모습들을 본다는 것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삶의 한 부분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ATM에서 돈을 조금 뽑고 한시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아내의 원피스와 가디건을 샀다. 저번에 한 번 가봤던 사장님의 가게로 다시 갔다. 사장님은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교회에서 받은 점심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음식냄새가 나니까 비닐입구를 둘둘 말아서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그걸 보더니 어디서 산거냐고 포장지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봤다. 그리고는 엄지를 치켜들며 맛있는 곳이라는 뜻인지 맛있는 냄새가 난다는 뜻인지 모를 따봉을 날려주셨다. 아마 그 사람들이 며칠 만에 다시 왔으니 더 기억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냄새 풍기고 열심히 흥정했으니 뇌리에 깊이 박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쇼핑 후 목적지는 카페다. 베트남에서 유명한 하이랜드 커피로 향했다. 카페 쓰어다를 두 잔 시켰다. 공간도 넓고 시원했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시간을 책과 함께 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해가 한창 쨍쨍할 때는 건물 안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과 해가 질 무렵이 다니기 좋은 시간이다. 항상 그렇게 다닐 수는 없지만 한창 뜨거운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철저한 준비가 없이는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안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고 밖에 돌아다닐 만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샤워를 하고 월드컵 지역예선 2차전을 봤다. 태국과 하는 경기였다. 대한민국 축구도 참 굴곡이 많다. 여러 사건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국내 감독을 임명하고 첫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안타깝게도 1:1로 비겼다. 한국 축구에는 큰 기대는 없다. 예전부터 그래와서 그런지 져도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자꾸 기대를 하면서 보게 되는 것은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얼마나 많을까? 국내팬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수많은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그의 경기를 볼 것이다. 나도 그냥 수많은 팬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실력이 좋고 잘하는 선수를 좋아하는 평범한 팬. 하지만 요즘 들어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메시가 좋아요. 호날두가 좋아요. 그런 팬들은 많다. 그런 선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랬다.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아시아에서도 가장 뛰어난 선수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그의 실력도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팬심이지만 수년간 그의 경기와 그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는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스토리를 생각해 볼 때 그의 한 골 한 골이 큰 감동을 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하고 성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내 시간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런 말을 했다. 과거에 매여 있는 사람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나는 항상 과거에 매여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끈을 끊어버리고 싶다. 무엇이 내 삶의 견고한 그 끈을 끊어줄 수 있을까?

경기를 다 보고 나니 배가 고팠다. 집을 나서서 길가에 보이는 쌀국숫집으로 들어갔다. 아무 곳이나 찾아 들어간 것 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베트남에서의 쌀국수는 어딜 선택해도 평균 이상은 가는 것 같다. 배도 든든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